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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정보

세상은 나에 대하여 관심이 없다

20km 행군, 도중에 낙오하지 않기 위해서는 앞사람과의 거리가 벌어지지 않도록 가까이 따라붙어야 해. 훈련기간 동안 항상 잠이 부족했으므로 야간행군으로 이어진다면 꾸벅꾸벅 졸면서 앞사람을 따라가게 되지. 넓고 평평한 길이 아니라 농로, 고갯길, 산허리, 산비탈, 들판길을 향도가 이끄는 대로 무작정 따라 걷게 된다.

휴식 없이 걷는 게 원칙이라 십중팔구 발바닥에 동전만 한 물집이 잡힐거야. 온 몸의 피로가 누적되고 허벅지가 아프고 무릎 관절이 장시간 행군의 과부하를 이겨내지 못하고 절뚝거리기까지,... 하나 둘 낙오자가 생기고,... 의무대 구급차에 실려가고픈 유혹까지 느끼게 될 거야.

하지만 길동이는 이겨내야 한다. 자신의 체력과 정신력의 한계까지 가 본 사람만이 다음 단계로 도약할 수 있다.

 

힘든 훈련에 5분 10분 아니 1시간 하루 1주일이 마치 1년처럼 느껴지고, 시간이 1/10배속 slow video처럼 느리게  흐른다고 느낄 때 부대밖의 남들은 "벌써 5주가 지나네. 며칠 있으면 훈련도 끝나겠네. 시간 참 빨리 가네."라고 말한다.

세상은 내가 무슨 일을 하든 나에 대하여 전혀 관심이 없다는 것을 알거라.

나의 시간과 세상의 시간은 물리적으로는 같지만 심리적으로는 다르다. 같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서로 상관성이 0인 독립적 관계의 흐름으로 인식된다.

세상의 시간이 나의 시간과 상관없이 흐르듯 세상사람은 나에 대하여 관심이 없다. 고로 나도 세상 눈치 보지 말고 나의 길을 가면 된다.

 

수료식이 끝나고 나면 지금의 훈련소 동기들과의 인연도 끝나게 된다. 같이 훈련받을 때는 자대배치되어도 서로 연락하자고 하고, 수료식 끝나고 헤어질 때도 서로 연락하자고 하지만 말 뿐이다.

자대 배치되고 나면 자기 생활에 정신없으며 한 달만 지나면 훈련소 동기들과의 약속도 잊게 된다. 계속 연락 주고받을것 같았던 훈련소 동기들과의 인연도 그렇게 스쳐 지나가는 것이다.

 

엄마도 아빠도 누나도 길동이의 군 입영 동행, 수료식 참석은 처음이자 마지막 경험하는 일이다. 오직 길동이에 대한 관심 때문이지 다른 훈련병들에 대하여는 아무 관심이 없다. 그 다른 훈련병들의 가족들이 길동이에 대하여 아무 관심을 두지 않는 것처럼.

길동아 세상은 너에 대하여 아무 관심이 없다. 그러니 너도 세상의 눈치를 보느라 스트레스 받거나 고민하지 마라. 나는 나, 그래 길동이는 길동이인 거니까.

신병훈련 기간동안 나 자신이 미흡했던 것, 내 마음 같지 않아서 불편했던 동기 훈련병, 조교, 교관들과의 기계적인 관계는 수료식과 함께 끝나게 된다. 훈련기간에 쌓인 마음의 갈등은 수료식 이후에는 쿨하게 잊도록 하여라.

 

20km 행군이 끝나면 남은 훈련기간에는 정훈교육, 수료식 연습, 개인사물 정리 등을 하게 될 것이다.

용인 55사단 신병훈련소에서 희로애락의 에피소드들은 이제 추억으로 간직하고 자대배치후 군생활을 의미있게 할 마음을 다지도록 해라.

홍길동은 이제 대한민국 육군 이등병이다. 일병, 상병, 병장까지,,군번이 있는 진짜 군인이다. 

 

홍길동 결국 해냈다!

충성!